분류 전체보기34 고고학은 과학일까 (물질 분석, 층위학, 실험 고고학) 아이와 함께 발굴 키트를 가지고 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망치로 초콜릿을 깨고, 분무기로 물을 뿌리며 조심스럽게 공룡 뼈를 꺼내는 이 과정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과학적 태도 그 자체였다는 걸요. 설명서를 읽고 절차를 지키자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고고학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땅속에 묻힌 물건을 통해 과거를 읽어내는 학문, 그런데 이게 과학인지 역사인지 헷갈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고고학은 물질을 다루는 학문입니다고고학과 역사학은 비슷해 보이지만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역사학은 문자 기록을 분석하는 반면, 고고학은 물질 자료(material remains)를 통해 과거를 복원합니다. 여기서 물질 자료란 토기, 석기, 건축물 유적, 심지어 쓰레기 더미까지 포.. 2026. 3. 5. 우주 크기 비교 (인간 세포, 관측 가능 우주, 중력) 고등학교 2학년 물리 시간, 선생님이 칠판에 끝없이 숫자를 적어 내려가시던 날이 있었습니다. 우주의 크기를 계산하는 수업이었죠. 그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인간은 원자에 비해 너무 크고, 별에 비해 너무 작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밖 별 몇 개를 보며, 저는 이상하게 그 문장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팔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 그런데 동시에, 제 몸속에는 수십 조 개의 세포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그 양극단 사이에 서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중력은 모든 물체를 휘게 만든다많은 분들이 "딱딱한 물체는 안 휘지 않나요?"라고 물으십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볼펜이나 쇠막대 같은 건 중력 때문에 휘지 않는.. 2026. 3. 4. 감기 바이러스 공기 중 존재 (겨울철 증가, 우주 감염, 완치약) 감기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항상 떠다닐까요?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이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백신을 맞았는데도 뒤늦게 확진됐던 경험을 돌이켜보니, 바이러스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라 '감염자가 있는 곳에 있는 것'이더군요. 저는 밀접접촉자로 격리될 때는 멀쩡했는데, 3개월 후 일상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감염됐습니다. 그때 남자친구가 맛있게 해준 음식도 아무 맛이 안 나서 정말 서러웠습니다. 단맛도 느껴지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게 바이러스구나' 실감했죠. 감기 바이러스는 정말 공기 중에 늘 존재할까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감기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항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감기의 주요 원인인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는 스스로 증식.. 2026. 3. 4. 똑똑한 동물 순위 (까마귀, 문어, 쇠똥구리) 집에 돌아가는 길에 까마귀 무리가 제 집 마당 쓰레기 봉투를 헤집고 있던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한 마리는 봉지를 부리로 찢고, 다른 한 마리는 안에서 빵을 꺼내고 있었습니다. 저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제 앞에서 태연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 까마귀는 정말 똑똑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동물의 지능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조사해보니 지능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까마귀는 정말 새대가리일까우리말에 '새대가리'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머리가 나쁘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인데, 실제로 조류의 뇌 구조를 살펴보면 포유류처럼 대뇌 신피질(cerebral neocortex)에 주름이 많지 않습니다. 여기서 대뇌 신피질이란 고차원적 사고와 문제.. 2026. 3. 3. 우주 입자의 비밀 (아마테라스 입자, 생명체의 기억, 슬라임 몰드) 우주에서 날아오는 초고에너지 입자부터 뇌 없이 기억하는 생명체까지, 현대 과학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현상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야구공만큼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 하나, 화학 신호만으로 과거를 기억하는 세균, 그리고 도쿄 지하철 노선도를 스스로 설계해내는 점균류까지, 이들이 보여주는 자연의 지혜는 우리의 과학적 이해를 끊임없이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아마테라스 입자와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미스터리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입자 중에서도 특별히 높은 에너지를 가진 것들을 초고에너지 우주선(Ultra-High Energy Cosmic Ray)이라고 부릅니다. 이 중 2021년 관측된 아마테라스 입자는 과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입자가 가진 에너지는 10의 18승 일렉트론 볼트, 즉 엑사 일렉트.. 2026. 3. 3. 질량 없는 빛의 비밀 (블랙홀 관측, 일반상대론, 중력파) 현대 물리학의 가장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는 "질량과 부피가 없는 빛은 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까?"입니다. 중력은 질량이 있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인데, 질량이 없는 빛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는 사실은 언뜻 모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이 밝혀낸 우주의 근본 원리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빛과 블랙홀의 관계, 그리고 블랙홀 병합 관측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빛은 휘어진 시공간 위를 직진한다많은 사람들이 빛이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끌려간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상대론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빛은 시공간에 대해서 항상 직진합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 그런데 블랙홀 같이 중력이 강한 천체가 있으면 시공간이 휘어져 버립니다. 그래.. 2026. 3. 2.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