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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력과 좌표계 (뉴턴 법칙, 정지궤도, 멀미) 솔직히 저는 어렸을 때 놀이기구를 타고 나면 왜 그렇게 어지러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회전하는 기구에서 몸이 바깥으로 튕겨나갈 것 같은 느낌, 자동차가 급정거할 때 앞으로 쏠리는 느낌. 이 모든 게 관성력(inertial force)이라는 물리 현象 때문이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죠. 관성력이란 가속하는 좌표계에서 관찰자가 느끼는 가짜 힘을 의미합니다. 더 흥미로운 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움직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 기준을 정해야만 정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움직임은 기준 없이 존재할 수 있을까"움직인다"는 말은 생각보다 복잡한 개념입니다. 우주 공간에는 절대적으로 고정된 중심이 없습니다. 지구는 자전하고,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태양 자체도 은하 중심을 돌고 있죠. 그렇다면 .. 2026. 3. 7.
고고학은 과학일까 (물질 분석, 층위학, 실험 고고학) 아이와 함께 발굴 키트를 가지고 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망치로 초콜릿을 깨고, 분무기로 물을 뿌리며 조심스럽게 공룡 뼈를 꺼내는 이 과정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과학적 태도 그 자체였다는 걸요. 설명서를 읽고 절차를 지키자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고고학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땅속에 묻힌 물건을 통해 과거를 읽어내는 학문, 그런데 이게 과학인지 역사인지 헷갈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고고학은 물질을 다루는 학문입니다고고학과 역사학은 비슷해 보이지만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역사학은 문자 기록을 분석하는 반면, 고고학은 물질 자료(material remains)를 통해 과거를 복원합니다. 여기서 물질 자료란 토기, 석기, 건축물 유적, 심지어 쓰레기 더미까지 포.. 2026. 3. 5.
우주 크기 비교 (인간 세포, 관측 가능 우주, 중력) 고등학교 2학년 물리 시간, 선생님이 칠판에 끝없이 숫자를 적어 내려가시던 날이 있었습니다. 우주의 크기를 계산하는 수업이었죠. 그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인간은 원자에 비해 너무 크고, 별에 비해 너무 작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밖 별 몇 개를 보며, 저는 이상하게 그 문장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팔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 그런데 동시에, 제 몸속에는 수십 조 개의 세포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그 양극단 사이에 서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중력은 모든 물체를 휘게 만든다많은 분들이 "딱딱한 물체는 안 휘지 않나요?"라고 물으십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볼펜이나 쇠막대 같은 건 중력 때문에 휘지 않는.. 2026.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