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날아오는 초고에너지 입자부터 뇌 없이 기억하는 생명체까지, 현대 과학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현상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야구공만큼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 하나, 화학 신호만으로 과거를 기억하는 세균, 그리고 도쿄 지하철 노선도를 스스로 설계해내는 점균류까지, 이들이 보여주는 자연의 지혜는 우리의 과학적 이해를 끊임없이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아마테라스 입자와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미스터리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입자 중에서도 특별히 높은 에너지를 가진 것들을 초고에너지 우주선(Ultra-High Energy Cosmic Ray)이라고 부릅니다. 이 중 2021년 관측된 아마테라스 입자는 과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입자가 가진 에너지는 10의 18승 일렉트론 볼트, 즉 엑사 일렉트론 볼트 수준으로, 양성자 하나가 시속 100km로 날아가는 야구공만큼의 운동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이러한 비유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주 사용되는 정확한 표현입니다. 실제로 인간이 만든 입자가속기로 이 정도 에너지를 재현하려면 수성 궤도만큼 거대한 가속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는 과장이 아니라 현대 물리학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우주는 자연스럽게 이런 극한의 에너지를 만들어내지만, 인류의 기술은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1991년 관측된 초고에너지 우주선은 그 에너지가 너무 높아 과학자들이 "오마이갓 입자(OMG particle)"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대부분의 고에너지 입자는 우리은하 중심부나 M87 같은 거대 블랙홀이 있는 방향에서 날아옵니다. M87은 초거대 블랙홀과 강력한 제트를 방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은하로, 활동은하핵(AGN)과 블랙홀 제트가 이런 입자들의 주요 기원 후보로 꼽힙니다. 그런데 아마테라스 입자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기원에 있습니다. 이 입자는 은하 구조가 거의 없는 텅 빈 우주 영역에서 날아왔습니다. 현재까지도 그 출처를 설명할 이론이 없어 과학계에서는 이를 "출처 미상 입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우리가 우주의 에너지 생성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러한 입자들은 일본의 카미오칸데 같은 지하 물탱크 검출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측됩니다. 입자가 지구 대기권에 충돌하면 2차 입자 소나기(air shower)가 생성되고, 이것이 물을 통과하면서 체렌코프 빛을 발생시킵니다. 이 빛을 감지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원래 입자의 에너지와 방향을 역추적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런 우주선 입자는 반도체를 때려 컴퓨터 오류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를 Single Event Upset(SEU)이라 부르며 IBM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실제 연구된 현상입니다.
뇌 없이 기억하는 생명체들의 놀라운 능력
식물은 뇌가 없지만 빛을 감지하고 반응합니다. 식물이 태양을 향해 자라는 것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광수용체 유전자를 통한 정교한 감지 시스템의 결과입니다. 놀랍게도 이 유전자 계열은 인간에게서도 발견되며, 이는 생명체의 감각 시스템이 진화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식물은 뇌로 정보를 처리하는 대신 뿌리부터 줄기, 잎에 이르는 전체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저장합니다. 인간의 기억이 뉴런의 시냅스 연결을 통해 형성된다면, 식물의 기억은 유전자 발현 패턴 변화, 에피제네틱 변화, 호르몬 신호 네트워크, 그리고 전기 신호 전달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는 메커니즘이 다를 뿐 정보 저장이라는 본질은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대 생물학은 이러한 관점을 수용하며 "기억"의 정의를 신경계를 넘어 확장하고 있습니다. 세균의 경우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CRISPR-Cas 시스템은 세균이 바이러스 침입에 대응하는 면역 체계인데, 이는 일종의 분자 수준 기억 장치입니다. 세균은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 조각을 자신의 유전체에 저장했다가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침입하면 이를 인식하고 파괴합니다. 이 정보는 자손에게도 전달되는데, 이것이 기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노벨상을 수상한 이 시스템은 현재 유전자 편집 기술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제 실험 사례는 더욱 놀랍습니다. 석유화학 물질을 먹는 세균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A와 B 두 화합물을 동시에 제공하면 세균은 항상 A를 먼저 선택했습니다. 연구자들이 의도적으로 A를 소화하지 못하도록 세균을 변형시킨 후 A와 B를 함께 제공했을 때, 세균은 A를 먹지 못하면서도 B를 거부하고 굶어 죽었습니다. 이는 화학 신호 경로가 고정화되어 일종의 행동 패턴 기억(behavioral bias)을 형성했음을 보여줍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B가 실제로 열량이 더 높았음에도 세균이 A를 선호했다는 사실입니다. 분석 결과 A는 자연계에 훨씬 흔한 화합물이었고, 세균은 진화 과정에서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먹이를 우선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뇌가 없어도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 대사 경로 고정화, 신호 전달 루프를 통해 생존에 유리한 정보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슬라임 몰드가 밝혀낸 우주의 네트워크 구조
슬라임 몰드는 곰팡이가 아닌 점균류(Myxomycetes)에 속하는 생명체로, 대표 종인 Physarum polycephalum은 단세포도 아니고 다세포도 아닌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뇌가 없는 이 생명체가 보여준 능력은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미로 실험에서 슬라임 몰드는 입구에서 출구까지 최단 경로를 찾아 효율적으로 이동했으며, 비효율적인 경로는 자동으로 제거했습니다. 더욱 유명한 것은 도쿄 지하철 실험입니다. 연구자들은 유리판에 도쿄의 주요 지점을 표시하고 각 위치에 슬라임 몰드가 좋아하는 귀리 조각을 배치했습니다. 중앙에 슬라임 몰드를 놓고 하루 정도 기다리자, 슬라임 몰드는 모든 먹이를 최단 경로로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냈습니다. 놀랍게도 그 결과물은 실제 도쿄 지하철 노선도와 매우 유사했습니다. 이 실험은 논문으로 발표되었고 도시 네트워크 최적화 연구에서 중요한 사례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우주의 은하 분포를 먹이 배치로 간주하고 슬라임 몰드의 네트워크 최적화 알고리즘을 적용해 우주 거대 구조(cosmic web)를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우주는 필라멘트라 불리는 거대한 구조로 은하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슬라임 몰드 알고리즘은 실제 관측된 필라멘트 구조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시뮬레이션에서 예측했지만 아직 관측되지 않았던 필라멘트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과학자들은 슬라임 몰드에게 "브레인리스 아스트로노머(brainless astronomer)", 즉 "뇌 없는 천문학자"라는 농담 섞인 별명을 붙였습니다. 화학 물질을 통한 신호만으로 작동하는 이 생명체가 우주의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연의 최적화 원리가 미시 세계부터 거시 우주까지 일관되게 작동한다는 증거입니다.
우주 입자부터 미생물까지, 현대 과학은 자연이 가진 놀라운 지혜를 계속 발견하고 있습니다. 아마테라스 입자는 우주의 에너지 생성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뇌 없는 생명체들은 기억과 지능의 본질을 재정의하게 만듭니다. 슬라임 몰드의 네트워크 최적화 능력은 우주 구조 예측에까지 활용되며, 이 모든 현상은 우리가 아직 자연의 극히 일부만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학적 탐구는 계속되어야 하며, 겸손한 태도로 자연의 메커니즘을 배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
[출처]
최근 보고되고 있는 놀라운 지능을 가진 동물들 (넘을 수 없는 능력 ㄷㄷ) ㅣ과학을 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0dbtA8X0Xs&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