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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크기 비교 (인간 세포, 관측 가능 우주, 중력)

by gonipost 2026. 3. 4.

고등학교 2학년 물리 시간, 선생님이 칠판에 끝없이 숫자를 적어 내려가시던 날이 있었습니다. 우주의 크기를 계산하는 수업이었죠. 그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인간은 원자에 비해 너무 크고, 별에 비해 너무 작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밖 별 몇 개를 보며, 저는 이상하게 그 문장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팔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 그런데 동시에, 제 몸속에는 수십 조 개의 세포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그 양극단 사이에 서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우주 크기 비교 (인간 세포, 관측 가능 우주, 중력)

 

중력은 모든 물체를 휘게 만든다

많은 분들이 "딱딱한 물체는 안 휘지 않나요?"라고 물으십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볼펜이나 쇠막대 같은 건 중력 때문에 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물리학적으로 보면, 완전히 안 휘는 물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물질은 탄성(elasticity)을 갖고 있고, 중력은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에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탄성이란 외부 힘을 받았을 때 형태가 변했다가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의미합니다. 대나무를 수평으로 들고 있으면 중력 방향으로 미세하게 휩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죠. 제가 직접 긴 막대를 들고 실험해본 적이 있는데, 막대 중앙에 레이저 포인터를 비춰보니 정말 약간 처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재료역학(mechanics of materials)에서 다루는 처짐(deflection) 현상입니다. 처짐이란 구조물이 하중을 받아 원래 위치에서 벌어진 정도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것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공간이 휜다"는 개념은 조금 다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질량이 시공간 자체를 휘게 만든다고 설명합니다([출처: 한국천문연구원](https://www.kasi.re.kr)). 그 휜 시공간을 따라 빛과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막대의 휨은 공간이 휘어서라기보다는, 중력이라는 힘이 물체에 직접 작용해서 생기는 변형입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는 인간보다 얼마나 클까

"우주가 정말 크다"는 말은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얼마나 큰지 숫자로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그냥 "엄청 크겠지"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계산해보니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의 지름은 약 9 × 10²⁶ m입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란 빛이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는 최대 범위를 의미합니다. 인간의 평균 키를 1.7m라고 하면, 우주는 인간보다 약 5 × 10²⁶배 큽니다. 이게 얼마나 큰 숫자냐면, 사람을 일렬로 세워서 우주 끝까지 채우려면 3 × 10²⁶명이 필요합니다. 현재 지구 인구가 약 80억 명이니까, 지구가 10¹⁶개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출처: 한국천문학회] (https://www.kas.org)). 반대로 인간과 세포를 비교해볼까요? 인간 세포 하나의 크기는 약 10⁻⁵ m입니다. 인간 키와 비교하면 10⁵배 차이입니다. 언뜻 보면 꽤 큰 차이 같지만, 우주와 인간의 비율(10²⁶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간 대 우주의 비율이 세포 대 인간보다 훨씬 극단적입니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셸던 글래쇼(Sheldon Glashow)는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은 원자에 비해 너무 크고, 별에 비해 너무 작다. 우리는 과학을 하기에 최악의 신체 조건을 갖고 있다." 미시 세계도, 거시 세계도 몸으로 체감할 수 없는 중간 크기 존재라는 뜻이죠. 제가 대학 때 이 문장을 처음 읽고, 묘하게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주 앞에서 초라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세포와 크기를 비교할 때 저는 이런 비유를 좋아합니다. 인간 세포 하나를 야구장 크기라고 상상해보세요. 그러면 세균 세포는 투수 마운드 정도입니다. 바이러스는 겨우 야구공 하나 크기죠.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게 우리 몸에 침투하는 건, 야구장만 한 공간에 야구공 하나가 들어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비유를 알고 나니 바이러스가 왜 그렇게 쉽게 침투하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초음속을 뚫으면 소리는 한 번만 날까

영화 탑건(Top Gun)을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빵!" 하고 강렬한 소리가 나는 장면 말이죠.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궁금했습니다. 소리가 한 번만 나는 걸까요? 아니면 계속 나는 걸까요? 정답은 "계속 난다"입니다. 소닉붐(sonic boom)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비행기가 음속을 넘어서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동안 계속 발생합니다. 여기서 소닉붐이란 물체가 음속을 초과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를 의미합니다. 비행기가 날아가면서 만드는 충격파는 원뿔 모양(마하 콘, Mach cone)으로 퍼져나갑니다. 마하 콘이란 초음속 물체 주변에 형성되는 원뿔 형태의 충격파 영역을 뜻합니다. 지상에 있는 사람은 이 원뿔이 자기를 지나갈 때 "쿵!" 소리를 한 번 듣는 것처럼 느낄 뿐입니다. 그렇다면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조종사는 엔진 소리를 못 들을까요? 제가 처음 생각했을 때는 "당연히 못 들을 것 같은데?"였습니다. 뒤에서 나는 소리는 나보다 느리니까 못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는 들립니다. 비행기 동체(fuselage)를 통해 진동이 전달되고, 비행기 안 공기는 조종사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구가 초속 30km로 공전하는데도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죠([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https://www.kari.re.kr)). 총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총알은 음속(약 340m/s)을 넘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총을 쏘면 총알에 맞은 다음에 소리가 들립니다. 이때 들리는 소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화약이 폭발하는 소리, 다른 하나는 총알 자체가 만드는 충격파 소리입니다. 제가 군 복무 시절 사격장에서 이 현상을 직접 경험했는데, 정말 신기했습니다. "퍽" 하고 표적에 맞는 소리가 먼저 들리고, 그다음 "탕" 하는 소리가 따라오더라고요. 며칠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은 시 한 편이 떠오릅니다. 노벨상 수상자 셸던 글래쇼의 말을 인용한 짧은 산문시였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별을 올려다보며 자신이 작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자 하나가 바라본다면 우리는 이미 하나의 우주다." 그 시를 읽는 순간, 제가 고등학교 때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났습니다. 별을 기준으로 보면 저는 먼지 같지만, 원자를 기준으로 보면 저는 이미 하나의 세계였습니다.

그날 이후 밤하늘을 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별을 보며 위축되기보다, "나는 저 별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실제로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 질소, 산소 같은 원소들은 모두 별 내부의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별의 일부인 셈이죠. 그래서 그 문장은 지금도 제 다이어리 첫 장에 적혀 있습니다.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자리에서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려 애쓰는 존재." '작다'는 말은 더 이상 초라한 표현이 아닙니다. 단지 기준이 바뀌면 언제든 달라지는 상대적인 말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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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aqutVTtj7k&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