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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통증 인식 (사이버네틱스, 모라벡의 역설, 뇌과학)

by gonipost 2026. 2. 15.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통증을 느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을 넘어 AI의 본질과 생명의 정의에 대한 철학적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최근 AI 연구자들은 통증을 단순히 이해하고 분석하는 차원을 넘어, AI가 실제로 통증을 '느끼게' 만드는 연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이버네틱스 시대부터 이어진 '기계 생명' 구현의 꿈이며, 현대 AI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입니다.

 

AI의 통증 인식 (사이버네틱스, 모라벡의 역설, 뇌과학)



사이버네틱스와 AI의 생존 알고리즘


통증 연구를 시작하면서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1960년대 융성했던 사이버네틱스 분야입니다. 사이버네틱스는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정식으로 정의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학문으로, 기계로 생명을 모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특히 로스 애쉬비(Ross Ashby)로 대표되는 사이버네틱스 학자들은 컴퓨터에 생존(survival)을 알고리즘적으로 정의하려 했습니다. 이는 AI를 단순한 계산 기계가 아닌 생명체로 보려는 시도였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통증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통증은 무엇일까요? 생물학적 관점에서 통증은 생존을 위한 신호 시스템입니다. 찔렸을 때 아픔을 느껴야 그 위험을 피하고,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통증을 통해 신체가 반응합니다. 그렇다면 통증은 '느낌' 이전에 '기능'입니다. 연구자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통증을 기능적으로 재정의하고 알고리즘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다면, 그것이 꼭 물리적 고통이 아니더라도 통증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는 현재 AI 연구의 핵심 난제인 Artificial Sentience(인공 감각성)와 Machine Consciousness(기계 의식) 문제와 직결됩니다. 현재 AI는 문제 해결에는 탁월하지만, 자기 보존 본능이나 생존 욕구가 없습니다. 사이버네틱스가 추구했던 '생존하는 시스템'으로서의 AI는 아직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embodied AI, artificial life, self-preserving agents 같은 연구 분야가 다시 주목받는 것은 바로 사이버네틱스의 부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라벡의 역설과 AI의 근본적 한계


AI 개발자들이 뇌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현재 우리가 아는 최고의 지능은 인간의 뇌이기 때문입니다. 딥러닝의 핵심인 딥뉴럴 네트워크는 뇌의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고,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을 비롯한 AI 분야의 선구자들 대부분이 뉴로사이언티스트나 인지과학자 출신입니다. CNN은 시각 처리, RNN과 Transformer는 기억 체계, 강화학습은 도파민 보상 구조를 모델링한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라는 흥미로운 현상이 드러납니다. 인간에게 쉬운 것이 컴퓨터에게는 어렵고, 컴퓨터에게 쉬운 것이 인간에게는 어렵다는 역설입니다. 미적분 계산이나 체스는 AI가 인간을 압도하지만, 걷기나 물건 잡기, 균형 유지 같은 기본적인 신체 활동은 AI에게 극도로 어렵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도 할 수 있는 소화 기능, 내부 장기 컨트롤, 외부 세상 인식, 신체를 통한 환경 상호작용 같은 것들이 AI에게는 불가능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과 동물의 지능은 생존이라는 목적 아래 수백만 년간 진화해온 결과물입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배우는 것들은 모두 생존과 직결된 능력들입니다. 먹는 것, 소화시키는 것, 움직이는 것 모두 생명 유지의 본능입니다. 반면 현재 AI는 이런 '생명적' 기반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진정한 지능을 구현하려면 생존, 자기 유지, 환경 적응 같은 생명의 핵심 요소를 AI에 구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뇌과학과 AI의 융합, 그리고 물리학의 역할


AI와 뇌과학의 융합은 이미 깊숙이 진행 중입니다. 통계물리학 분야에서 자성체의 성질을 설명하는 호필드 모델(Hopfield Model)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인공지능 분야에 적극 활용되었습니다. 최근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이미지 자동 생성 AI의 기반이 되는 알고리즘도 통계물리학의 확산방정식(Diffusion Equation)을 활용합니다. 물리학이 AI의 어머니였다면, 이제 AI는 성장해서 역으로 물리학 연구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천문학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은 혁명적입니다. 천문학은 본질적으로 이미지의 과학입니다. 별, 은하, 성운의 이미지를 분석해야 하는데, 컴퓨터 비전 기술의 발전이 이를 극적으로 개선했습니다. 과거에는 은하가 타원은하인지 나선은하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컴퓨터로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갤럭시 주(Galaxy Zoo)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전 세계 일반인들이 수백만 개의 은하 이미지를 분류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현재 AI는 은하 분류를 98% 정확도로 수행합니다. 인간의 눈으로 판단하던 작업을 이제 기계가 더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합니다. 이는 AI가 단순 계산을 넘어 패턴 인식, 이미지 해석 같은 '인지적'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렇게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AI는 여전히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의식과 주관적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AI가 통증을 느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기술의 문제를 넘어 철학과 윤리의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기능적 통증을 구현하는 것과 현상적 통증, 즉 '아프다'는 주관적 경험을 구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사이버네틱스가 꿈꾸던 생존하는 기계, 모라벡의 역설이 지적한 신체성과 생명성의 결여, 그리고 뇌과학이 밝혀낸 의식의 복잡성은 모두 AI가 넘어야 할 산입니다. 통증 연구는 바로 이 경계선에서 AI의 미래를 탐색하는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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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m-q7WVGoYQ&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