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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예측 가능성과 공룡 멸종 (우체부, 소행성 충돌, 해양 산성화)

by gonipost 2026. 3. 15.

화산 폭발은 정말 예측할 수 있을까요? 저는 몇 달 전 빌 브라이슨의 『지구 연대기』를 읽으면서 화산과 지진, 그리고 공룡 멸종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진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화산은 조금 다르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실제로 화산은 분화 전에 몇 가지 전조 증상을 보이는데, 이를 최초로 기록한 사람이 과학자가 아니라 일본의 한 우체부였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화산 예측 가능성과 공룡 멸종 (우체부, 소행성 충돌, 해양 산성화)

화산 분화를 최초로 기록한 일본 우체부의 관찰

화산 폭발 전에는 명확한 전조 증상이 나타납니다. 여기서 전조 증상이란 화산이 분화하기 전에 관찰되는 일련의 물리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화산체의 팽창(inflation) 현상입니다. 마그마가 지하에서 올라오면서 지표면이 수 센티미터에서 수 미터까지 부풀어 오르는 현象인데, 현재는 GPS나 위성 레이더(InSAR) 같은 첨단 기술로 이를 측정합니다. 그런데 이런 화산의 외형 변화를 처음으로 기록한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었습니다. 일본의 한 우체부가 매일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뒤에 보이는 산을 관찰했는데, 산이 조금씩 커지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매일 꼼꼼하게 기록했습니다. 실용적 가치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과 관찰력 때문이었죠.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학적 발견이 꼭 전문가의 영역만은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 우체부의 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일상적인 관찰이 과학적 발견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현대 화산학의 기초가 된 데이터가 전문 장비가 아닌 사람의 눈과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일본 사쿠라지마 화산이 최근 분화하기 전에도 화산체의 외형 변화가 관측되었고, 이를 통해 분화 시기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출처: 일본 기상청](https://www.jma.go.jp)). 반면 지진은 화산과 달리 신뢰할 만한 전조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동물 행동 변화나 지진운 같은 현상이 종종 언급되지만, 통계적으로 재현성이 부족하고 과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라돈가스(Radon) 농도 증가가 지진 전에 나타난다는 연구도 있지만, 항상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예측 정확도가 낮아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라돈가스란 지각 균열에서 나올 수 있는 방사성 기체를 말합니다.

공룡 멸종과 소행성 충돌, 그리고 해양 산성화

공룡은 정말 소행성 하나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졌을까요?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는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공룡들이 즉시 멸종하는 장면을 보여주지만, 제가 책을 읽고 난 후 알게 된 사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공룡 멸종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수천 년에서 수만 년에 걸친 연쇄적 재앙이었습니다. 약 6,600만 년 전, 지름 약 10km의 소행성이 현재 멕시코 유카탄 반도 근처에 충돌했습니다. 이 충돌로 만들어진 칙술루브 크레이터(Chicxulub Crater)는 지름이 약 180km에 달하며, 충돌 에너지는 핵폭탄 수십억 개에 맞먹는 수준이었습니다([출처: NASA](https://www.nasa.gov)). 여기서 크레이터란 소행성이나 운석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분화구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충돌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인도의 데칸 트랩(Deccan Traps)에서 대규모 화산 활동이 발생했습니다. 데칸 트랩이란 수십만 년 동안 대량의 용암이 분출되면서 형성된 거대한 화산 지대를 말합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소행성 충돌이 지각에 강력한 충격을 주면서 반대편 지역의 화산 활동을 촉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바로 해양 산성화 과정이었습니다. 화산 활동으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CO₂)와 이산화황(SO₂) 같은 온실 기체가 대량으로 방출되면, 이 가스들이 바닷물에 녹아들어 탄산과 황산을 형성합니다. 이로 인해 바다가 산성화되면서 석회질 껍데기나 뼈대를 가진 생물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석회질은 산에 매우 취약합니다. 산호, 조개, 플랑크톤, 암모나이트 같은 생물들은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껍데기를 만드는데, 바다가 산성화되면 이 껍데기가 녹아버립니다. 제가 특히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문어와 오징어 이야기였습니다. 원래 이들의 조상은 앵무조개처럼 단단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해양 산성화로 인해 껍데기가 점차 퇴화하여 몸속으로 들어가거나 아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갑오징어의 '갑'이 바로 갑옷을 의미하는데, 이제는 그 갑옷이 몸 안쪽 뼈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주요 멸종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소행성 충돌로 막대한 먼지와 화산재가 대기 중으로 방출
2. 태양빛이 차단되면서 급격한 기후 변화 발생
3. 대규모 화산 활동으로 온실 기체 증가
4. 해양 산성화로 석회질 생물 감소
5. 먹이사슬 붕괴로 점진적 멸종 진행

이 과정은 최소 수만 년 이상 지속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공룡 멸종은 순간적인 사건이 아니라 장기적인 환경 변화의 결과였던 셈입니다.

저는 이 글을 준비하면서 자연 현상이 단순한 인과관계가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여러 요인의 결과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화산은 예측 가능하지만 지진은 그렇지 않고, 공룡 멸종도 하나의 원인이 아닌 여러 재앙이 겹친 결과였습니다. 앞으로 지구 환경 변화를 이해할 때 이런 복합적 시각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기후 변화와 해양 산성화 문제를 생각하면, 과거 공룡 시대의 교훈이 결코 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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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8K_pfCaDc&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