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에게 당근만 주면 배탈이 난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뒷마당에서 토끼를 키우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경비 아저씨께서 "당근보다 풀을 더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을 때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동화책에서 늘 당근을 들고 있던 토끼 인형의 모습이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왔던 동물 상식 중 상당수가 사실은 대중문화가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입니다.

토끼의 진짜 주식은 당근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토끼 하면 당근을 떠올리실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토끼를 키워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토끼의 주식은 건초(乾草), 즉 마른 풀입니다. 여기서 건초란 수분을 제거하여 말린 목초류를 의미하는데, 토끼의 소화기관에 가장 적합한 먹이입니다. 특히 알팔파(alfalfa) 같은 콩과 식물을 말린 건초가 토끼의 기본 식단입니다. 저도 뒷마당에서 토끼를 구경할 때 강아지풀을 뜯어 줘봤지만, 토끼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군요. 토끼는 섬유질이 풍부한 특정 건초를 선호하는 동물입니다. 당근은 당분 함량이 높아서 간식 정도로만 줘야 합니다. 과도하게 섭취하면 소화불량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토끼수의학회](https://www.kvma.or.kr)). 토끼의 소화계는 고섬유질 저당분 식단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오해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1940년대 미국 애니메이션 '벅스 버니(Bugs Bunny)'가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당근을 씹으며 등장하는 토끼 캐릭터의 이미지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토끼=당근'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 봤던 동화책 속 토끼들도 모두 이런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토끼의 주식은 알팔파 등 건초류
- 당근은 당분이 높아 소량만 간식으로 급여
- 과도한 당근 섭취 시 소화기 문제 발생 가능
- 대중문화가 만든 이미지가 실제 생태를 왜곡한 사례
금붕어는 정말 3초만 기억할까
"금붕어 기억력"이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죠? 금붕어가 3초밖에 기억하지 못한다는 속설입니다. 그런데 이건 과학적으로 완전히 틀린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상당히 놀랐습니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붕어는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기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파블로프의 조건화 실험(Pavlovian conditioning)과 유사한 방식으로 금붕어의 학습 능력을 테스트한 결과입니다. 여기서 조건화란 특정 자극과 반응을 연결시켜 학습시키는 방법을 말합니다. 실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금붕어에게 특정 냄새와 먹이를 함께 제공하면, 시간이 지난 후 냄새만 줘도 금붕어가 먹이를 찾아 반응합니다. 심지어 먹이 위치, 버튼을 누르면 먹이가 나오는 장치, 특정 시간대까지 학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한국동물행동학회](https://www.koreascience.or.kr)). 그렇다면 왜 이런 오해가 생겼을까요? 낚시를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물고기가 낚싯바늘에 입이 찢어진 채로 잡혀서 다시 놔줬는데, 얼마 후 같은 물고기가 또 잡히는 겁니다. 그래서 "바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물고기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굶어 죽을 위험과 낚싯바늘에 걸릴 위험을 비교했을 때, 물고기는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먹이를 포기하지 않는 전략을 선택하는 겁니다. 오히려 위험을 무릅쓰고 먹이를 먹는 쪽이 진화적으로 유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금붕어가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우리가 금붕어의 생존 전략을 오해한 겁니다.
하마의 위험성과 킹크랩의 정체
아프리카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이 뭔지 아십니까? 사자나 악어가 아닙니다. 바로 하마입니다. 하마는 강한 영역성(territoriality)을 가진 동물입니다. 여기서 영역성이란 자신의 구역을 침범하는 대상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본능적 행동 패턴을 의미합니다. 하마는 악어조차 자기 영역에 들어오면 이빨로 공격해 제압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코끼리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코끼리가 지나갈 때 하마는 조용히 다른 곳을 바라보며 피합니다. 체급 차이가 너무 커서 싸워봤자 손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겁니다. 동물도 위험 대비 행동 전략을 계산한다는 증거입니다([출처: 한국생태학회](https://www.esj.ne.kr)). 더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하마와 고래가 실은 가까운 친척이라는 겁니다. 계통 분류학(phylogenetics)적으로 보면 하마는 소나 돼지보다 고래와 더 가까운 계통에 속합니다. 공통 조상은 약 5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파키케투스(Pakicetus) 같은 초기 고래 화석이 이를 증명합니다. 킹크랩(king crab)도 비슷한 오해를 받는 동물입니다. 킹크랩은 사실 진짜 게(true crab)가 아닙니다. 소라게 계통에 더 가까운 동물이 게처럼 진화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라고 하는데, 서로 다른 조상을 가진 생물이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형태로 진화하는 걸 말합니다. 갑각류 중에서는 게 모양으로 진화하는 일이 여러 번 독립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이를 게화 현상(carcinisation)이라고 부릅니다. 몸통이 납작해지고 꼬리가 배 쪽으로 접히면서 생존에 유리한 형태가 되는 겁니다. 킹크랩도 이런 과정을 거쳤지만 계통학적으로는 게와 다른 분류군에 속합니다.
우리가 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 사례들이 잘 보여줍니다. 토끼와 당근, 금붕어의 기억력, 하마의 친척, 킹크랩의 정체까지.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겉모습이 아니라 진화와 생태를 봐야 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뒷마당에서 토끼에게 풀을 주며 궁금해했던 것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상식에 한 번쯤 질문을 던져보는 게 어떨까요? 그때 비로소 자연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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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cuXc5q3WQc&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