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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을 과학으로 만든 분광 (프라운호퍼선, 은하 스펙트럼, 인버스 프블럼)

by gonipost 2026. 1. 25.

천문학이 단순한 관측의 영역에서 벗어나 진정한 과학으로 거듭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분광기술의 등장입니다. 프리즘이라는 작은 삼각형 플라스틱 도구가 빛을 파장에 따라 분해하면서, 인류는 비로소 우주의 화학적 구성과 물리적 특성을 지구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분광이 천문학에 가져온 혁명적 변화와 그 과학사적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천문학을 과학으로 만든 분광 (프라운호퍼선, 은하 스펙트럼, 인버스 프블럼)



프라운호퍼선이 열어준 우주 원격 분석의 시대


1802년 윌리엄 월라스톤이 태양빛을 프리즘으로 관찰하면서 무지개 속에 거뭇거뭇한 검은 선들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프라운호퍼라는 과학자가 이 검은 선들에 주목하고 알파벳으로 분류하며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후 한동안 태양빛에서 나오는 이 검은 선들은 프라운호퍼선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돌파구는 키르히호프와 분센이라는 두 물리학자가 실험실에서 특수한 원소들을 가열하는 실험을 진행하면서 찾아왔습니다. 나트륨, 칼슘 등을 태워보니 놀랍게도 프라운호퍼선의 검은 줄무늬가 있던 바로 그 위치에서 이번에는 반대로 독특한 밝은 라인이 나타났습니다. 이 순간 과학자들은 깨달았습니다. 태양빛을 보고 검은 줄무늬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특정 라인에서 빛을 갉아먹고 있는 화학성분들의 흔적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발견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식론적 혁명에 가까웠습니다. 인류는 이제 직접 별에 가지 않아도 그 별빛에 어떤 화학 성분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검은 선은 빛이 없는 것이 아니라 특정 원소에 의해 먹힌 것이며, 그 먹은 주체가 실험실 스펙트럼과 정확히 대응된다는 사실은 우주 원격 분석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어느 항성에 수소가 많은지, 헬륨이 많은지, 철이 많이 들어 있는지를 지구에 앉아서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우리는 저기에 가지 않아도 저것을 알 수 있다'는 완전히 새로운 과학적 가능성의 발견이었습니다.

은하 스펙트럼으로 읽는 별들의 인구통계학


은하를 스펙트럼으로 관찰하면 또 다른 흥미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은하는 수많은 별들이 모여 있는 집합체이기 때문에, 은하의 스펙트럼은 곧 그 안에 살고 있는 개별 별들의 스펙트럼이 모두 합쳐진 결과물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은하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어떤 화학성분들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은하의 스펙트럼을 분석할 때는 매우 섬세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그 은하에 살고 있는 별들의 인구 구성을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겁고 미지근한 별은 얼마나 있는지, 어리고 무겁고 뜨거운 별은 얼마나 있는지 등의 인구 통계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은하의 스펙트럼을 관측하면 일단 전체 프로파일을 얻게 되는데, 우리는 이미 뜨거운 별 하나의 스펙트럼과 미지근한 별 하나의 스펙트럼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별들이 각각 몇 개씩 모여야 관측된 은하의 스펙트럼을 만들 수 있는지를 거꾸로 계산해낼 수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인버스 프블럼으로, 솔루션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보통 카이스퀘어라는 통계적 방법을 사용합니다. 여러 다양한 변수를 모두 열어놓고, 그 변수들을 이리저리 테스트하면서 최대한 관측된 그래프에 제일 단차가 적고 잘 들어맞는 케이스를 정답으로 채택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천문학이 단순한 관측 과학이 아니라 통계와 확률의 과학이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은하 하나를 관측한다는 것은 수십억 개 별들의 합성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것이며, 이는 단일 해석이 불가능하고 확률적 해석과 최적해 탐색을 필요로 합니다.

인버스 프블럼과 분광 관측의 도전과제들


분광 관측이 천문학에 혁명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이는 매우 비싸고 까다로운 과학이기도 합니다. 그냥 빛을 모아서 이미지를 촬영하는 측광은 좋은 망원경 렌즈로 빛을 모아 밝게 증폭시키면 되지만, 분광은 겨우 모은 빛을 다시 파장에 따라 하나하나 나누는 작업입니다. 즉, 겨우 모은 빛을 다시 다 늘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각 파장에 도달하는 빛의 세기가 당연히 더 미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의미한 스펙트럼을 얻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 관측을 하거나 여러 번 관측해서 데이터를 많이 누적시켜야 합니다. 이는 곧 더 큰 비용을 의미합니다. 특히 수십억 광년 떨어진 별에서 오는 희미한 빛도 분광해서 분석해야 하는 경우, 장시간 관측과 데이터 누적, 그리고 복잡한 통계 처리가 필수적입니다. 이것이 천문학이 낭만적인 학문이 아니라 자본과 통계와 인내의 학문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우리는 은하수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훨씬 먼 거리에 떨어진 다른 은하를 관측하려면 우리 은하수 안에 가득 찬 먼지를 뚫고 날아오는 빛을 봐야 합니다. 은하수에 내재된 먼지들 때문에 빛이 갉아먹혀지므로, 이 효과도 정량적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은하수에 비스듬하게 보면 통과하는 먼지가 많고, 거의 수직으로 보면 통과하는 먼지가 적습니다. 이 모든 각도를 계산하여 보정하는 작업까지 필요합니다. 천문학이 단순히 하늘을 쳐다보는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이런 복잡한 과정들이 증명합니다.

분광 이전의 천문학은 콩트라는 철학자가 예언했듯 영원히 알 수 없는 한계를 가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콩트는 "우리 눈에 아주 멀리 보이는 별이 어떤 물질로 구성되어 있을지는 영원히 모를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분광기술이 등장하면서 불가능의 범위 자체가 재정의되었습니다. 분광이 등장한 덕분에 천문학은 사진 노름이나 예술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과학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별빛에 어떤 화학 성분이 있는지, 별은 우주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등 물리학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천문학은 자연철학에서 실험과학으로 넘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천문학을 고고학에 비유한 것은 매우 적절합니다. 고고학이 땅속의 과거를 캐내는 학문이라면, 천문학은 하늘에 뚫린 과거를 캐내는 학문입니다. 둘 다 직접 실험이 불가능하며, 파편을 통해 전체를 재구성하고, 해석이 본질인 학문이라는 점에서 천문학은 서사와 해석을 필요로 하는 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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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Bta_rvxgo_8&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