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왜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은 "왜 빛의 속도는 3×10⁸ m/s인가?"라는 질문만큼이나 잘못된 접근입니다. 진화는 목적이나 의도를 가진 현상이 아니라, 자연이 그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결과입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조차 '진화'라는 단어는 단 한 번만 등장하며, 다윈은 의도적으로 이 표현을 피했습니다. 진화를 둘러싼 오해와 착각을 바로잡고, 생명체 변화의 진정한 메커니즘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진화는 목적없는 변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진화를 '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이라고 착각합니다. 진보할 때 쓰는 '진(進)' 자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좋아지는 것'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화의 정의는 "생물 집단이 시간의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방향성도 없습니다. 퇴화도 진화이고, 기능의 감소도 진화이며, 단순화도 진화입니다. 영어로는 'evolution'이라고 하는데, 다윈은 실제로 'modification(변형)'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기 위해 진화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됐지만, 이 용어 선택은 오히려 수많은 오해를 낳았습니다. 진화에는 '더 나은 것'과 '못한 것'의 구분이 없습니다. 단지 변화가 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동굴에 사는 물고기가 눈을 잃어버리는 것도 완전한 진화 결과입니다. 기생충이 소화기관을 퇴화시키는 것도 진화입니다. 날지 못하는 새의 날개가 축소되는 것도 진화입니다. 이 모든 사례에서 생물은 '더 나빠진' 것이 아니라, 그저 환경에 따라 변화했을 뿐입니다. 키가 커지는 것도 작아지는 것도, 뇌가 커지는 것도 작아지는 것도 모두 동등한 진화 과정입니다. "빛의 속도가 왜 3×10⁸ m/s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듯이, "진화는 왜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에도 '왜'라는 목적론적 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연이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고, DNA 복제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며, 환경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진화를 이해하는 올바른 시작점입니다.
자연선택의 역설, 다양성을 줄이면서도 유지하는 메커니즘
자연선택에 대한 흥미로운 역설이 있습니다. 자연선택은 실제로 다양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직관에 반하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명확합니다. 자연선택은 여러 가지 변이들 중에서 특정한 변이만을 선호합니다.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나 기능을 가진 개체들은 도태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생명의 다양성은 계속 유지될까요? 답은 돌연변이에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DNA는 100% 완벽하게 카피 앤 페이스트되지 않습니다. 항상 세대에서 세대로 넘어갈 때 돌연변이가 생기기 때문에 다양성이 계속 공급됩니다. 돌연변이는 좋고 나쁜 것 없이 랜덤하게 일어나는데, 그중에서 좋은 것, 즉 환경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선택입니다. 이 동역학적 균형이 바로 진화의 핵심입니다. 돌연변이는 끊임없이 다양성을 생산하고, 자연선택은 현재 환경에 맞지 않는 변이를 제거합니다. 이 두 힘이 균형을 이루면서 생명은 변화하고 적응하며 때로는 비적응적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중요한 점은 모든 진화가 적응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진화는 자연선택뿐만 아니라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 병목현상, 창시자 효과 등 여러 메커니즘에 의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한 쌍이 어떤 섬에 가서 새로운 인류 집단을 구성한다면, 별로 적응적이지 않은 것이 우연히 퍼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창시자 효과이며, 환경 적응과 무관하게 유전자 빈도가 변하는 현상입니다. 자연선택의 힘이 충분히 작용하지 못할 때는 비적응적 결과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생명 유지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진화는 항상 더 나은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중립적이거나 심지어 불리한 방향으로도 진행될 수 있습니다.
돌연변이, 모든 생명체에 새겨진 변화의 원천
모든 생명체는 예외 없이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돌연변이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자연 법칙입니다. DNA 복제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고, 자외선이나 화학물질 같은 외부 요인 때문에 DNA에 변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우리 몸에 생기는 유전자 변이 중 일부는 후대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핵심은 생식세포에 생기는 변이입니다. 정자나 난자에 생기는 변이는 다음 세대로 물려지지만, 피부나 다른 체세포에 생기는 변이는 그 개체에서 끝납니다. 따라서 방사능이나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생식세포에 영향을 받았다면, 그 변이는 자손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방사능은 대표적인 돌연변이 유발 요인입니다. 태양풍, 라돈 같은 자연 방사선부터 의료용 X-ray까지 다양한 방사선이 존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의료용 방사선이 안전한지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인지'입니다. 그래서 임산부는 공항 검색대에서 별도로 통과하며, X-ray 촬영도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의료용 방사선은 대부분 매우 약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검사 수준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누적량이 매우 많아지면 통계적으로 위험 증가 가능성은 있습니다. 라돈 팔찌를 주머니에 계속 넣고 다니거나, 허리가 아파서 X-ray를 수천 장 찍는다면, 생식세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나쁜 것을 먹거나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아도 항상 DNA 복제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는 필연적으로 생긴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생명의 근본 속성이며, 진화가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돌연변이는 좋고 나쁨의 가치 판단 없이 랜덤하게 발생하고, 그중 일부는 자연선택을 통과하여 다음 세대로 이어집니다.
진화는 목적 없는 변화이며, 발전이 아닌 단순한 변형입니다. 자연선택은 다양성을 줄이는 듯 보이지만 돌연변이가 끊임없이 새로운 다양성을 공급하며, 모든 생명체는 필연적으로 돌연변이를 만들어냅니다. 이 세 가지 핵심 통찰이야말로 진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토대입니다. "왜 진화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변하는가?"를 묻는 것이 과학적으로 올바른 접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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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4JmUcSYBUrA&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