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저는 2007년에 '꿀벌대소동'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곤충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작은 꿀벌 한 마리가 60억 인간을 상대로 '꿀값'을 요구하는 설정이 너무 신선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실제로 곤충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정교한 능력을 가진 생명체였습니다. 잠자리의 사냥 성공률은 90~95%에 달하며, 이는 사자나 치타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잠자리가 지구 최고 사냥꾼인 이유
잠자리의 사냥 성공률이 95%에 육박한다는 건 단순히 빠르게 날아서가 아닙니다. 이들은 먹이의 미래 위치를 계산해서 요격하는 '예측 비행(interception flight)'을 수행합니다. 여기서 예측 비행이란 먹이가 현재 있는 위치가 아니라, 0.5초 후 도달할 위치를 미리 계산해서 그 지점으로 날아가는 비행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건 마치 미사일 유도 시스템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잠자리를 잡으려고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최면을 걸듯이 접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로 잠자리는 손가락을 따라 눈을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멈춰 서는데, 이게 바로 겹눈(compound eye) 구조 때문입니다. 잠자리의 겹눈은 약 2만~3만 개의 작은 낱눈(옴마티디움, ommatidium)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거의 360도 시야를 확보합니다.
비교 대상과 사냥 성공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잠자리: 90~95%
- 치타: 약 50%
- 사자: 25~30%
- 상어: 40~60%
잠자리에게는 겹눈 외에도 이마 부분에 3개의 홑눈(ocelli)이 따로 있습니다. 이 홑눈은 빠른 움직임과 밝기 변화를 감지하는 역할을 하며, 겹눈이 수집한 시각 정보를 보완합니다([출처: 국립생물자원관](https://www.nibr.go.kr)). 그래서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면 잠자리의 신경 처리 시스템이 과부하 상태에 빠지면서 일시적으로 반응이 느려지는 현象이 발생하는 겁니다.
곤충 최고 수준의 비행 능력
잠자리는 시속 60km로 날 수 있으며, 4개의 날개를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제자리 비행, 후진, 급회전이 모두 가능한데, 이건 헬리콥터보다 더 자유로운 움직임입니다. 앞날개와 뒷날개의 위상차를 180도로 조절하면 제자리에 떠 있고, 동시에 움직이면 강력한 추진력을 얻어 빠르게 이동합니다. 영국 공군의 해리어(Harrier) 전투기를 아시나요? 이 전투기는 수직이착륙(VTOL,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이 가능한 기종인데, 개발 당시 잠자리의 비행 메커니즘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VTOL이란 활주로 없이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항공기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잠자리의 날개 구조는 항공역학 연구에서 여전히 중요한 참고 모델입니다. 저는 최근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 기술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이것도 잠자리 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수백억 개의 마이크로 렌즈를 통해 160도 시야각을 구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잠자리는 빛을 수용하는 입장이고 디스플레이는 빛을 내보내는 입장이라 역할은 다르지만, 다중 렌즈 구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유사성이 있습니다.
꿀벌의 춤 언어와 노벨상
꿀벌이 춤으로 의사소통한다는 사실은 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가 밝혀낸 연구입니다. 그는 꿀벌의 팔자춤(waggle dance)을 해독해서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꿀벌은 춤의 방향으로 먹이의 위치를, 춤의 속도로 거리를, 춤의 강도로 먹이의 질을 전달합니다. 제가 읽었던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꿀벌이 거리를 판단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이 꿀벌에게 작은 금속 조각을 붙여서 무게를 늘렸더니, 같은 거리를 갔다 와도 더 먼 거리로 보고한다는 겁니다. 즉, 꿀벌은 '얼마나 힘들었는지(에너지 소비량)'를 기준으로 거리를 측정합니다. 이건 시간이나 공간 개념이 아니라 체감 피로도를 거리로 환산하는 놀라운 능력입니다. 2007년 '꿀벌대소동'에서 주인공 배리가 인간들이 꿀을 공짜로 먹는다며 소송을 거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그냥 재미있는 설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꿀벌이 농작물 수분(pollination)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 가는 이야기입니다. 세계 농작물의 약 70~75%가 곤충 수분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꿀벌이 있습니다([출처: 유엔식량농업기구](https://www.fao.org)).
곤충이 미래 식량이 될 수 있을까
곤충을 먹는다는 건 사실 낯설지 않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잠자리를 성냥불로 구워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날개가 호로록 타면서 몸통 부분이 구워지는데, 속살이 새우처럼 근육질로 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맛은 괜찮았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 먹지 않았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곤충을 미래 단백질 공급원으로 적극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식용 곤충은 귀뚜라미, 밀웜, 메뚜기 등인데, 이 중 귀뚜라미가 영양학적으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습니다. 곤충 단백질은 소고기보다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으며, 사육 과정에서 물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이 현저히 적습니다. 제가 보기에 곤충 식량이 실제로 대중화되려면 '징그럽다'는 인식 개선이 가장 큰 과제인 것 같습니다. 번데기도 못 먹는 분들이 많은데, 잠자리나 귀뚜라미를 식탁에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환경 문제와 식량 위기를 생각하면, 언젠가는 우리도 곤충 단백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곤충의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놀랍습니다. 잠자리의 예측 비행, 꿀벌의 춤 언어, 그리고 미래 식량으로서의 가능성까지. 2007년 '꿀벌대소동'을 보며 웃었던 어린 시절의 저는 몰랐지만, 곤충은 단순한 벌레가 아니라 인류가 배워야 할 생존 전략을 가진 생명체였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곤충의 능력이 기술 발전과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XDF4Iy2Dgs&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