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과학 현상을 마주하지만, 정작 그 원리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영화 속 상남자들이 상처에 술을 붓는 장면, 술을 마신 후 기억이 끊기는 블랙아웃 현상, 그리고 같은 온도의 물과 커피가 다른 속도로 식는 이유까지. 서울대학교 화학부 정택동 교수와 김범준 교수가 함께한 이 대화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현상들의 과학적 원리를 명쾌하게 풀어냅니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이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알코올 소독의 과학적 진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총상을 입은 주인공이 술병을 들이켜고, 남은 술을 상처에 붓는 모습입니다. 과연 이것이 실제로 소독 효과가 있을까요? 정택동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알코올이 소독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 50도 이상, 이상적으로는 70도 정도의 고농도여야 합니다. 일반적인 소주나 맥주는 알코올 농도가 낮아 소독 효과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세균에게 좋은 먹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코올이 세포를 죽이는 원리는 명확합니다. 알코올은 기름을 잘 녹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세포막이 바로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농도 알코올이 세포에 닿으면 세포막을 녹여 구멍을 뚫고, 결국 세포를 파괴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선택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세균만 죽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정상 세포도 함께 손상됩니다. 상처에 알코올을 부었을 때 느끼는 통증은 바로 정상 세포들이 파괴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는 빨간약이나 과산화수소 같은 다른 소독제와 작용 원리가 다릅니다. 빨간약은 철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산화력이 강하며, 이를 통해 세포를 산화시켜 죽입니다. 과산화수소 역시 산화력을 이용하지만, 분해 과정에서 산소와 물로 나뉘면서 산소 기포가 발생합니다. 상처에 과산화수소를 바르면 하얀 거품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옥도정기 같은 전통적인 소독약도 비슷한 원리로 작용하며, 현재도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결국 알코올 소독은 효과적이지만, 충분히 높은 농도여야 하며, 상처 주변의 정상 세포까지 희생시킨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블랙아웃, 뇌가 기억을 멈추는 순간
술을 마신 후 전날 밤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블랙아웃 현상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지만, 그 원리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김범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뇌의 해마라는 부위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중지되면서 발생합니다. 해마는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뇌 구조로, 알코올 섭취로 인한 신경전달물질의 과잉 또는 억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 기능이 멈춥니다. 흥미로운 점은 블랙아웃 상태에서도 사람이 멀쩡하게 걸어다니고, 심지어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해마를 제외한 나머지 뇌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컴퓨터의 단기 메모리(RAM)만 작동하지 않는 상태와 유사합니다. 사람은 그 순간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고, 습관에 따라 행동하지만, 그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을 찾고, 현관문을 열쇠로 여는 행동은 할 수 있지만, 다음 날 아침 그 기억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기억 상실에 그치지 않습니다.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흥분을 유도하는 물질과 억제하는 물질의 밸런스가 무너집니다. 이로 인해 평소보다 과도하게 친밀감을 느끼거나, 용기가 생기고, 감정이 증폭됩니다. 술자리에서 형제를 맺고 평생 함께하자던 다짐이 다음 날 서먹함으로 바뀌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정상 상태로 돌아온 뇌는 전날의 과도한 감정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며, 심지어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CCTV 영상을 보면서 본인이 그 기억을 전혀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의학 전문가들도 이러한 현상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음주가 얼마나 뇌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입니다.
비열 차이로 이해하는 온도 변화의 비밀
같은 100℃라도 물과 커피는 식는 속도가 다릅니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비열'입니다. 비열이란 물질 1g의 온도를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을 의미하며, 비열이 낮을수록 같은 열을 가했을 때 온도가 빠르게 변합니다. 정택동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커피에는 물 외에 설탕, 소금, 커피 성분 등 다양한 용질이 녹아 있으며, 이들이 물 분자의 운동을 방해하면서 비열을 낮춥니다. 물 분자는 극성을 띠고 있어, 설탕이나 소금 같은 용질 주변을 강하게 감싸는 수화 현상이 일어납니다. 설탕 분자 근처에 있는 물 분자들은 설탕과 강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열을 가해도 운동 에너지가 쉽게 증가하지 않습니다. 반면 용질 근처에 있지 않은 물 분자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운동 에너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커피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물 분자의 숫자가 순수한 물보다 적어지고, 이는 비열이 낮아지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비열이 낮아지면 온도가 올라가는 것도 빠르지만, 식는 것도 빠릅니다. 외부로 일정한 비율로 열이 빠져나갈 때, 비열이 낮은 물질은 온도가 더 빠르게 떨어집니다. 따라서 같은 100℃의 물과 커피를 비교하면, 커피가 더 빨리 식는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더 등장합니다. 액체의 색깔도 식는 속도에 영향을 줄까요? 검은색 커피와 투명한 물을 비교할 때 말입니다. 정택동 교수는 이에 대해 색깔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합니다. 검정색이 빛을 많이 흡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자 단위에서 전자가 흡수한 에너지 중 극히 일부만이 열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용질의 개수, 구조, 점도 같은 요소들이 온도 변화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과학적 원리는 일상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지만, 그 이면의 분자 수준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한층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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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는 과학이 일상을 설명해줄 때 얼마나 재미있고 설득력 있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생활 속 궁금증을 해소하고,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았으며, 지식과 유머, 대화형 진행의 조화가 돋보입니다. 특히 원리를 이해하면 현상이 명확해진다는 점에서,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줍니다. 과학 대중화의 모범적 사례로, 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모두에게 유익한 콘텐츠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또 흥미로운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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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dhYMIcbCICQ&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