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 속 현상들도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 놀라운 원리들이 숨어 있습니다. 물을 끓일 때 왜 아래에서 가열하는지, 뇌는 언제부터 늙기 시작하는지, 그리고 이별을 예감하는 '싸늘한 느낌'의 정체는 무엇인지까지, 이 모든 질문에는 과학적 근거가 존재합니다. 오늘은 물리학과 뇌과학, 인지심리학을 넘나들며 일상 속 궁금증을 풀어보겠습니다.

위에서 가열해도 물은 끓을까? 열전도와 대류의 차이
물을 끓일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아래에서 가열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불을 때면 물은 끓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끓습니다. 다만 아주 오래 걸립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열전도와 대류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래에서 가열하면 대류 현상이 일어납니다. 뜨거워진 물 분자는 밀도가 낮아져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물은 아래로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순환이 이루어집니다. 이 대류에 의한 열 전달은 매우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물 전체가 고르게 가열되면서 밑에서부터 기포가 생겨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익숙한 광경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반면 위에서 가열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수면에 있는 물 분자의 운동 에너지가 커지면서 온도가 올라가지만, 물은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뜨거운 물이 위에 그대로 머물고 차가운 물은 아래에 남아있기 때문에 대류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때 열은 물 분자들의 무작위한 열운동에 의해서만 아래로 전달되는데, 이러한 열전도 과정은 대류에 의한 것보다 훨씬 느립니다. 그렇다면 정말 끓을 수 있을까요? 물이 담긴 용기가 외부와 완벽히 단열되어 있고 계속 위에서 열을 가하면, 궁극적으로는 물 전체 온도가 균일한 상태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온도가 100도가 되면 위부터 끓기 시작하고, 그때 만들어지는 기체 분자들의 운동이 디퓨전(확산)이 되어 일부는 아래에 있는 액체 상태 물 분자에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밑에서 기포가 올라오는 현상은 없고 위에만 바글바글 끓는 독특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주에서의 상황입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부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위에서 끓이나 밑에서 끓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아예 위 밑의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대류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어디서 가열하든 열전도와 분자 확산만으로 열이 전달되는 동일한 조건이 됩니다. 이는 물리학적으로 매우 정확한 설명이며, 중력이 일상 속 열 전달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뇌는 언제부터 늙기 시작할까? 뇌수명의 진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100세에서 120세 정도가 육체 나이의 거의 끝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뇌만 독립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한다면 뇌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요? 놀랍게도 뇌의 수명 역시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뇌가 언제부터 늙기 시작하는가'입니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훨씬 일찍부터 죽기 시작합니다. 보통 2세에서 3세부터 신경 세포가 죽기 시작합니다. 잉태되어 태어나기 전까지 어마어마한 신경 세포가 발생하고, 한 살 때까지 엄청나게 발달하다가 두 살부터 세 살 사이에서 쭉 계속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는 지속적인 하향 곡선을 그립니다. 물론 우리 뇌의 일부 영역은 어른이 되어서도 신경 세포가 계속 재생됩니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나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선조체 같은 곳에서는 신경 세포가 만들어지긴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죽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뇌 기능이 계속 향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신경세포 자체의 수가 아니라 연결성에 있습니다. 청소년기부터 20대 초반까지의 활발한 발달 시기 동안, 신경세포는 죽고 있지만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연결망은 엄청난 조직화를 이룹니다. 여기서 모든 인지 기능들이 창발하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한두 살 때보다 머리가 커지는 것도 신경세포가 늘어서가 아닙니다. 신경 세포들 사이의 다른 세포들, 특히 교세포 같은 것들이 엄청 많아지면서 신경세포들 간의 물질 교환을 더 원활하게 해주는 인프라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뇌의 피크는 언제일까요? 처리 속도와 반응 시간 같은 속도 중심 지능(fluid intelligence)은 20대 중반에 정점을 찍고 이후 완만하게 감소합니다. 30대 들어오면서부터는 이러한 기능들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어휘력, 통찰력, 판단력 같은 지혜와 경험 기반의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은 50~60대까지도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20대가 맥시멈"이라고 말하는 것은 불완전한 표현입니다. 뇌 기능을 단일 개념으로 볼 수 없으며, 기능별로 정점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조직마다 발달과 퇴행 속도도 다릅니다. 시각이나 후각 같이 감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가장 먼저 발달하고, 상위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가장 늦게 발달하며 가장 늦게 퇴행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상위인지 기능을 그래도 오래 가지고 가려는 생물학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별을 예감하는 싸늘한 느낌, 직관과학으로 풀다
여자친구가 어느 날 만나자고 했는데 그냥 뭔가 좀 싸늘하더라, 그리고 실제로 만났더니 이별 통보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있습니다. 이 '싸늘한 느낌'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는 인지과학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며,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일한 심리학자인 카네만(Kahneman)의 이중 처리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카네만은 인간의 사고를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구분했습니다. 시스템 1은 무의식적이고 빠르며 직관적인 처리 방식입니다. 반면 시스템 2는 의식적이고 느리며 논리적인 사고입니다. 싸늘한 느낌은 전형적인 시스템 1의 작동 결과입니다. "오늘 여자친구가 좀 이상한데"라는 결론을 내릴 때, 우리는 "평소 만나던 곳이 아니라 여기서 만나자고 했고" 같은 근거들을 일일이 추론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느낌이 이상한 것입니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과거부터 분명히 어떤 시그널이 아주 조금씩은 계속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 여자친구가 왜 그렇게 했을까" 하고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작은 시그널들을 우리는 조금씩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감정 상태에서 그것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싸늘한 느낌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내가 오늘 이별할 것 같은데"라는 예감이 드는 것이 아니라, 의식에 올라오지 않은 수많은 미세 신호들을 뇌가 무의식적으로 종합한 결과인 것입니다. 이러한 무의식적 패턴 인식 능력은 생존에도 유리합니다. 수렵채집 시대에 진짜 호랑이를 보고 놀라서 도망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호랑이가 아니었어도 놀라서 도망가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했습니다. 다섯 번 중에 한 번만 맞아도 그 한 번이 생명을 구하는 것이니까요. 이를 오버피팅(overfitting)이라고 하는데, 너무 지나치게 민감하게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도 진화적으로 유리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반론이 있습니다. 바로 선택적 기억 편향입니다. 싸늘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경우는 기억하지 않습니다. 반면 싸늘했는데 실제로 이별이 일어났을 때는 "역시 그랬어"라며 강하게 기억합니다. 사람은 직감이 적중했을 때는 기억을 강화하고, 직감이 실패했을 때는 망각하기 때문에 직감이 실제보다 훨씬 정확하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이는 완전히 타당한 지적이며, 우리가 직관을 평가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인지적 편향입니다. 결국 싸늘한 느낌은 무의식적 정보 처리와 선택적 기억이 결합된 복합적 현상입니다. 시스템 1이 실제로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은 있지만, 그것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며, 우리의 기억이 적중 사례만을 부각시킨다는 점을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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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물을 끓이는 열전도의 원리부터 뇌세포가 2~3세부터 감소한다는 뇌수명의 진실, 그리고 카네만의 시스템 1로 설명되는 직관의 과학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일상 속 작은 의문들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놀라운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선택적 기억 편향에 대한 지적은 우리가 직관을 맹신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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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될과학 Unrealscience: https://www.youtube.com/watch?v=GWjW2g_0SjA&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