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보던 화려한 총격 장면이나 일상적인 달리기 동작에는 생각보다 깊은 과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특히 영화 「원티드」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손목을 휘둘러 총알을 휘어 날리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과연 현실에서도 가능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총알의 비행 원리부터 종이 접기의 수학적 한계, 그리고 우리가 뛸 때 팔을 굽히는 이유까지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총알이 휘어 날아가는 것은 정말 불가능할까
영화 「원티드」에서 등장하는 휘어지는 총알은 시각적으로 매우 인상적이지만, 현대 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불가능합니다. 총알은 총구를 떠나는 순간 초기 속도 벡터 방향 그대로 직진하며, 이후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질 뿐 옆으로 휘어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총알의 속도는 약 시속 3,000km에 달하는 반면, 사람이 팔을 휘두르는 속도는 유현진 선수의 공 던지기 속도를 생각해봐도 시속 150km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속도 차이는 수십 배에 달하기 때문에 손목 스냅이나 회전 효과는 물리적으로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류가 현대 물리학을 발견하기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다르게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서는 물체가 계속 날아가려면 끊임없이 앞에서 밀려난 공기가 뒤로 다시 와서 밀어주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계속 힘이 가해져야 움직임이 지속된다는 개념이었죠. 하지만 현대 물리학자들은 관성의 법칙을 통해 아무런 힘을 주지 않으면 물체가 똑바로 날아가며,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그 방향과 속도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코리올리 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지구 자전에 의해 발생하는 코리올리 힘은 실제로 장거리 포격에서 미세한 편향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이는 수 킬로미터 이상의 장거리에서나 측정 가능한 수준이며, 일반적인 권총이나 소총 사거리에서는 거의 영향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자연 현상은 사수가 의도적으로 조종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처럼 원하는 방향으로 총알을 휘게 만드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완전히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기계로 빠르게 회전시켜도 총알이 총구를 떠나는 순간의 초기 속도 방향으로만 진행할 뿐입니다.
종이를 42번 접으면 정말 달까지 갈 수 있을까
종이 접기 실험은 지수 성장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이를 7번 이상 접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입니다. 실제로 종이를 한 번 접을 때마다 두께는 두 배가 되고 폭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이러한 변화가 반복되면 불과 몇 번만 접어도 종이는 급격히 두꺼워지고 접을 수 있는 면적은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신문지 두께를 0.1mm로 가정하고 42번 접으면 이론적으로 약 440,000km에 달하는데, 이는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 거리인 384,000km를 훨씬 넘는 수치입니다.
그러나 수학적으로는 가능해 보이는 이 계산이 현실에서는 왜 불가능할까요? 핵심은 바로 폭의 감소에 있습니다. 종이를 33번 정도 접으면 그다음에 접어야 할 폭이 원자 하나 크기보다 작아집니다. 한 번 접을 때마다 폭이 절반씩 줄어드는 것은 곱셈으로 작아지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줄어듭니다. 실제로 세계 기록은 12번 접기인데, 이를 위해서는 1.2km 길이의 종이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12번을 접으면 폭이 약 3mm에 불과해지며, 이 과정에서 종이가 찢어지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A4 용지로 실험해보면 6번 정도 접는 것도 매우 어렵습니다. 6번만 접어도 두께는 처음의 64배가 됩니다. 사람들은 흔히 6번 접으면 6배 두꺼워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2의 6승인 64배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수 성장의 특성입니다. 칼로 정확히 반을 잘라서 올리는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조금만 지나면 자를 수 없을 만큼 작아지게 됩니다. 이 실험은 과학적 직관을 키워주는 훌륭한 예시이며, 선형적 증가와 지수적 증가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종이 접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깊은 수학적 원리를 담고 있는 셈입니다.
달릴 때 팔을 굽히는 생체역학적 이유
우리가 걷거나 뛸 때 팔을 흔드는 행동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생체역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걸어갈 때 왼발이 앞으로 나가면 왼팔이 아닌 오른팔이 앞으로 나갑니다. 이는 발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회전 토크를 상쇄하기 위한 것입니다. 왼발이 앞으로 나가면 몸은 반대쪽으로 회전하려는 각운동량이 생기는데, 오른팔이 앞으로 나가면서 이를 상쇄시켜 우리가 정면을 보며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됩니다. 만약 팔을 움직이지 않거나 같은 쪽 팔과 다리가 함께 나간다면 몸이 좌우로 흔들리며 균형을 잃게 됩니다.
달릴 때는 왜 팔을 굽히게 될까요? 걸을 때와 달리 빠르게 뛸 때는 효율성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팔을 굽히면 회전 반경이 짧아지고, 이는 같은 힘으로도 더 빠른 회전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달릴 때 중요한 것은 팔을 뒤로 뻗는 동작입니다. 팔꿈치를 뒤로 강하게 치면 반작용으로 몸이 앞으로 추진되는데, 이때 팔을 앞으로 뻗는 것보다 뒤로 뻗는 것이 훨씬 큰 추진력을 제공합니다. 실제로 관찰해보면 달릴 때 팔꿈치가 앞으로는 많이 가지 않지만 뒤로는 크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들이 매우 빠르게 뛸 때 팔을 뒤로 쭉 뻗고 달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한 번 뻗는 것은 추진력을 주지만, 달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동작을 반복적으로 빠르게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속도는 위치가 아니라 변화율의 문제입니다. 손을 묶어놓고 달리면 훨씬 더 느려지고 불안정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팔의 움직임은 단순히 균형만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전진 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는 스포츠 과학과 생체역학 연구에서도 명확히 검증된 사실입니다.
영화 속 환상적인 장면들과 우리의 일상적인 동작 속에는 생각보다 정교한 물리 법칙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총알이 휘어 날아가는 것은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종이 접기의 지수 성장과 달리기의 생체역학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과학의 실체입니다. 이러한 원리들을 이해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한층 깊어지며, 과학이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질문들이 결국 우리를 더 현명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출처]**
영하 90도 남극에서 화산이 폭발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바로 얼어버리나;;) ㅣ과학을 보다 EP.42: https://www.youtube.com/watch?v=VL1tHaEywU0&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