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수능을 막 끝내고 대학 입학을 기다리던 저는 인터스텔라를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외부 행성에서 1시간을 보내면 지구에서 7년이 흐르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행성이 정말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건가?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웠던 상대성이론이 떠올랐지만, 그림을 그려가며 이해했던 순간도 잠깐, 돌아서면 헷갈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최근 물리학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레이저 빛의 원리와 상대성이론의 실제 작동 방식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레이저는 왜 멀리 가도 퍼지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손전등 빛은 앞으로 갈수록 점점 넓게 퍼진다고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레이저 포인터를 벽에 쏘면 수십 미터 떨어져도 작은 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 경험상 회의실에서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할 때도 뒤쪽 벽까지 또렷하게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 차이는 빛이 만들어지는 원리에서 비롯됩니다. 레이저는 유도 방출(Stimulated Emission)이라는 특별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유도 방출이란 전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낮은 상태로 떨어질 때, 외부에서 들어온 빛이 자극을 주어 똑같은 빛을 추가로 방출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비유하자면 나뭇잎에 빗물이 가득 차 있을 때, 살짝만 건드려도 물방울이 우루룩 떨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레이저 장치 안에서는 전자를 의도적으로 높은 에너지 상태에 많이 올려놓습니다. 이를 물리학에서는 인구역전(Population Inversion) 상태라고 부릅니다. 인구역전이란 정상적인 상태와 반대로 높은 에너지 준위에 더 많은 전자가 존재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이 상태에서 특정 에너지를 가진 빛이 지나가면, 마치 나무를 발로 차듯이 전자를 자극합니다. 그러면 위에 있던 전자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정확히 같은 에너지를 가진 빛을 방출합니다. 이때 나오는 빛은 원래 들어온 빛과 파장도 같고, 파동의 위상도 완전히 일치합니다. 이런 상태를 결맞음(Coherence)이라고 합니다. 레이저 장치는 양쪽에 거울을 배치하여 빛이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만듭니다. 그러다가 한쪽 거울에 작은 틈을 내어 엄청나게 많은 광자들이 한꺼번에 같은 방향으로 쏟아져 나오게 합니다. 결맞음 상태의 빛은 직진성이 매우 강해서 일반 빛보다 훨씬 덜 퍼집니다. 다만 레이저도 완전히 퍼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물리학에서 회절(Diffraction)이라고 부르는 현상 때문에 조금씩은 퍼집니다. 회절이란 빛이 좁은 틈을 지나갈 때 직진하지 않고 약간씩 휘어지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레이저 포인터를 수 킬로미터 거리에 쏘면 몇 미터 정도로 퍼지고,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레이저는 수십 킬로미터를 가면 수십 미터까지 퍼질 수 있습니다([출처: NASA](https://www.nasa.gov)).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이 어떻게 보일까
저는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서 한동안 이 질문에 사로잡혔습니다. 만약 5광년 떨어진 별을 망원경으로 보면서 빛의 속도로 그쪽으로 날아간다면, 저는 그 별의 시간을 빨리감기로 보게 될까요? 처음 5광년 거리에서 망원경으로 별을 보면, 저는 5년 전에 출발한 빛을 보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빛의 속도로 그 별을 향해 날아가면, 거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4년 전 빛, 3년 전 빛, 2년 전 빛을 연속으로 보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는 머리가 복잡했지만, 단계적으로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이것은 상대론적 도플러 효과(Relativistic Doppler Effect)로 설명됩니다. 여기서 도플러 효과란 관찰자와 광원이 상대적으로 움직일 때 빛의 파장이 변하거나 시간 간격이 변하여 보이는 현상입니다. 구급차가 다가올 때 사이렌 소리가 높아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빛의 속도로 가까워지면 실제로 빨리감기처럼 보입니다. 빛이 제게 더 자주 도착하기 때문에 시간 변화가 압축되어 보이는 겁니다. 반대로 멀어지면 느려 보입니다. 제가 5년 동안 날아가는 동안 그 별의 관점에서는 5년이 흐르지만, 저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5년치 변화를 모두 관찰하게 됩니다. 하지만 특수 상대성이론(Special Relativity)에 따르면 더 복잡한 일이 벌어집니다. 특수 상대성이론이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 공간, 질량이 어떻게 변하는지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제가 빠르게 움직이는 동안 제 시계는 제 입장에서는 정상적으로 가지만, 별에 있는 사람이 제 시계를 보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쌍둥이 역설(Twin Paradox)의 핵심입니다. 한 쌍둥이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지구에 남은 쌍둥이보다 덜 늙어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이 부분이 제일 헷갈렸는데, 핵심은 '왕복 여행을 한 사람이 가속과 감속을 경험하면서 기준계가 바뀐다'는 점입니다([출처: 한국물리학회](https://www.kps.or.kr)).
레이저를 지구에서 수평으로 쏘면 우주로 나갈까
다이소에서 2천 원에 파는 레이저 포인터를 지구 표면과 평행하게 쏘면 어떻게 될까요? 중력 때문에 휘어져서 결국 땅에 떨어질까요, 아니면 우주로 빠져나갈까요? 일반적으로 물체는 탈출속도를 넘어야 지구 중력권을 벗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구의 탈출속도는 초속 약 11.2km입니다. 하지만 빛은 질량이 없기 때문에 이 규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오해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빛은 질량이 없으므로 중력에 의한 구속을 받지 않고 직진합니다. 물론 일반 상대성이론(General Relativity)에 따르면 빛도 중력에 의해 약간 휘어지긴 합니다. 일반 상대성이론이란 중력이 실제로는 시공간의 휘어짐이라고 설명하는 이론으로, 무거운 천체 주변에서는 시공간 자체가 휘어져서 빛의 경로도 휘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지구 정도의 중력장에서는 이 효과가 매우 미미합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레이저를 이용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을 합니다. 먼 거리에 구멍을 뚫은 판을 세우고 레이저를 쏘면, 지구가 평평하다면 구멍을 통과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통과하지 못합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레이저가 직진하면서 지구 표면에서 점점 멀어지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지구에서 수평으로 쏜 레이저는 우주로 나갑니다. 대기에 의한 산란과 아주 미세한 중력 렌즈 효과를 제외하면 거의 직선으로 날아갑니다. 제가 직접 실험해본 적은 없지만, 이론적으로는 명확합니다.
주요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레이저는 유도 방출과 결맞음으로 직진성이 강하지만 완전히 안 퍼지는 것은 아님
- 빛의 속도로 가까워지면 상대론적 도플러 효과로 시간이 빨리감기처럼 보임
- 빛은 질량이 없어서 지구에서 수평으로 쏘면 우주로 탈출함
솔직히 이런 물리 현상들은 일상에서 직접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레이저 포인터 하나로도, 밤하늘의 별빛 하나로도 우주의 근본 원리를 엿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제가 인터스텔라를 보고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상대성이론은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상황으로 이해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음에 레이저 포인터를 보시거나 밤하늘의 별을 보실 때,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을 떠올려보시면 좀 더 흥미롭게 느껴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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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wDyvMZ3Cfo&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