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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족보 문화, 실력일까 편법일까? 경험자가 말하는 현실

by gonipost 2026. 4. 9.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씁쓸하면서도 치열했던 제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주제는 바로 대학교의 '족보' 문화입니다. 요즘 대학생분들은 "족보가 뭐야? 먹는 건가?"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이건 성적의 생명줄이자 권력이었거든요. 특히 공대생이었던 저에게 족보는 단순한 기출문제가 아니라, 거의 신앙에 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국립대 화학공학과를 다녔어요. 요즘은 '화공생명공학과'로 이름이 바뀐 곳이 많지만, 우리 학교는 전통적인(?) 화학공학과였죠. 사실 저는 생물학을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싫어했거든요. 1학년 때 교양필수였던 생물학 강의는 쳐다보기도 싫어서 공부를 아예 안 했는데, 이상하게 점수가 잘 나와서 "엥? 이게 왜 잘 나오지?" 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몰랐죠. 대학교 시험의 세계가 고등학교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요.

두꺼운 전공 서적과 복사된 유인물들이 어지럽게 놓인 책상 사진

1. 족보가 곧 성적이던 시절, 그게 정말 실력이었을까?

고등학교 때는 정직하게 외우고,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하면 성적이 잘 나왔잖아요? 그런데 대학교는 아니더라고요. 이른바 '족보'라는 괴물이 존재했습니다. 교수님들이 매 학기, 매년 시험 문제를 거의 비슷하게 내시는 거예요. 주제가 같거나, 심지어 숫자만 바꿔서 내기도 하고 아예 똑같은 문제를 내는 분도 계셨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배들이 몰래 시험 문제를 사진 찍거나, 시험 끝나자마자 빈 종이에 문제를 복원해서 친한 후배들에게만 전해주는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었어요. 이걸 못 구하면 아무리 밤새워 공부해도 족보 가진 친구를 이길 수가 없는 구조였죠. 저는 고등학교 때 공부만 하느라 친구 사귀는 게 서툴렀고, 과 동아리가 아닌 중앙 동아리를 들어가는 바람에 학과 내 인맥이 거의 없었어요. 말 그대로 '정보 소외 계층'인 아싸였던 거죠. 2학년 전공 과목에 들어가면서 족보가 없으니 제 성적은 그야말로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정말 절망 그 자체였어요ㅠㅠ.

"인맥 관리도 너희의 능력이다. 사회 나가면 더 심해." - 시험 문제를 똑같이 내시던 어느 교수님의 변명

교수님들은 이런 문화를 방관하거나 심지어 권장하기까지 했어요. 인맥 관리도 실력이라면서요. 하지만 저는 이게 실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점수를 따기 위한 비겁한 스킬' 정도일까요? 전공 서적 한 페이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족보만 달달 외우면 A+이 나오는 시스템이 과연 정상일까요?

2. "너만 알고 있어"라는 말 뒤에 숨겨진 잔인한 배신감

제 대학 생활에서 가장 상처받았던 기억 중 하나는 바로 친구와의 일이에요. 처음 친해진 과 동기였는데, 시험 기간 내내 같이 공부하면서도 저에게 족보의 '족'자도 꺼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나서 슬쩍 그러더라고요. "아, 나 사실 족보 봤는데도 점수가 이 모양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밀려오는 배신감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어요. 미리 말해줬다면 같이 봤을 수도 있고, 적어도 제가 혼자 헛공부하는 느낌은 안 들었을 텐데 말이죠. "아... 쟤는 족보가 있었구나..." 하고 겉으로는 덤덤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눈물이 났어요. 그 이후로 3학년 때까지 제 성적은 간당간당하게 3점대 초반을 유지했습니다. 3학년 2학기 때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문득 '대학교는 공부하는 곳이 아니구나' 하는 허탈함이 몰려와서 엉엉 울고 싶었던 기억이 나네요.

3. 코로나 시대가 바꾼 풍경: 족보 전쟁이 사라진 대학가

그런데 말이죠, 요즘 들려오는 소식을 들어보면 대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해요. 가장 큰 계기는 아무래도 코로나19였던 것 같아요.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영상 강의가 많아졌고, 많은 학교가 절대평가를 도입했잖아요. 교수님과 학생, 혹은 학생들끼리의 접촉이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족보를 공유하는 '밀실 문화'도 많이 사라진 느낌이에요.

이제는 다들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고, 오히려 공정하게 자기 실력으로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10년 전 문제를 사진 찍어서 앨범에 저장해두고, 선배들이 "이거 별표 쳐놨으니까 꼭 봐"라고 속삭이던 시대는 이제 저물어가는 것 같아요. 저는 차라리 지금 같은 분위기가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공부한 사람이 점수를 잘 받는 게 지극히 당연한 거잖아요.

구분 과거 (족보 전성시대) 현재 (포스트 코로나)
평가 방식 엄격한 상대평가 절대평가 및 혼합 방식 증가
정보 획득 학과 내 인맥, 술자리 선배 커뮤니티(에타 등), 본인 실력
교수님 성향 문제 재사용 빈번 (게으른 출제) 온라인 시험 등으로 문제 다변화
핵심 가치 인맥과 정보력 개인 역량과 성실함

4. 인구 감소와 대학 수준, 그리고 다시 '공부'가 정답인 이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학령인구 감소예요. 입학하는 학생 수가 적어지다 보니 대학 수준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진짜 실력'을 갖춘 사람이 귀해진 시대가 아닌가 싶어요. 예전처럼 족보로 세탁된 학점이 아니라, 진짜 전공 지식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가 취업 시장에서도 더 중요해지고 있죠.

실제로 족보로 성적을 잘 받았던 제 친구도 취업에서는 쓴맛을 많이 보더라고요. 결국 시험 점수를 받는 스킬은 대학 문을 나서는 순간 유효기간이 끝나는 거니까요. 요즘은 대학생들이 족보를 돈 주고 산다는 자극적인 기사도 예전만큼 안 보이고, 다들 진지하게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5. 5년의 대학 생활 끝에 만난 뜻밖의 반전

저는 사실 퀸즐랜드 공과대학(QUT) 복수학위를 꿈꾸며 1년 휴학까지 했지만, 행정적인 문제로 무산되는 시련도 겪었어요. 그래서 결국 5년을 다녔죠. 그런데 이 1년의 휴학이 제 인생의 신의 한 수가 되었어요. 복학하고 나니 제 동기들은 이미 졸업 학년이라 저를 '경쟁자'로 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에는 그렇게 숨기던 족보와 시험 꿀팁들을 아주 흔쾌히 넘겨주더군요. 참 아이러니하죠?

마지막 학기 즈음, 제약 분야로 가고 싶어 고민하던 저에게 새로운 교수님이 나타나셨어요. 이전 교수님들과는 다르게 너무나 인격적이고 차분하신 분이었죠. "교수님이 왜 이렇게 착하시지?"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고, 그분을 통해 저는 새로운 진로를 찾을 수 있었어요. 족보 때문에 교수님들을 원망하며 보냈던 시간들이 무색해질 만큼요.

결론적으로, 족보는 편법이 맞습니다. 그리고 그 편법이 지배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죠.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고, 이제는 족보보다 자신의 진짜 실력을 믿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대학 생활이 힘들고 우울할 때도 있겠지만, 여러분의 성실함은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졸업 가운을 입고 캠퍼스를 배경으로 밝게 웃고 있는 뒷모습

자주묻는 질문(FAQ)

족보 없는 아싸는 졸업이 불가능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족보가 있으면 점수 따기 수월한 건 사실이지만, 요즘은 오픈 리소스나 커뮤니티가 발달해 본인의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인맥에 연연하기보다 전공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입니다.

족보를 사용하는 행위가 취업에 불이익이 되나요?

학점 자체가 불이익이 되지는 않지만, 면접이나 전공 시험에서 실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금방 드러납니다. 족보로 만든 높은 학점은 서류 통과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무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최종 관문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요즘 대학에서 족보 문화가 사라진 진짜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평가와 과제 중심의 절대평가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큽니다. 또한, 교수님들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매년 같은 문제를 내는 관습이 줄어든 것도 큰 원인입니다. 이제는 정직하게 공부하는 사람이 보상받는 문화로 점차 변해가고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