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확신이 아니라 의심에서 시작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자의 말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지만, 실제 과학계 내부에서는 끊임없는 논쟁과 검증이 이루어집니다. 1920년 천문학 대논쟁부터 방사성 연대측정을 통한 지구 나이 계산까지, 과학은 의심을 통해 진실에 가까워지는 과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과학의 본질과 역사적 논쟁 사례, 그리고 현대 과학이 어떻게 신뢰를 쌓아가는지 살펴봅니다.

과학의 본질: 의심과 검증을 통한 수렴
과학자들에게 과학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은 의심하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과학자가 하는 이야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차이는 과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과학자들이 의심한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까지 의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과학을 구성하는 여러 이론의 체계들이 있는데, 가장 밑바닥에서 토대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정말 확실합니다. 새로운 실험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지에 대해 이론들끼리 경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이슈로는 암흑물질을 만들어내는 입자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계속 갑론을박하고 있습니다. 과학계에서는 어떤 이슈에 대해 완전히 죽자 사자 식으로 서로 싸우는 경우들도 있지만, 일반적인 논쟁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릅니다. 서로 막 논쟁을 이어가다가도 명확한 실험적인 증거가 발견되거나, 이론들끼리 경합하다가 그중에 특정 이론이 다른 이론보다 설명력이 더 좋고 예측력도 좋은 것들이 밝혀지면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로 수렴합니다. 이것이 바로 과학과 일반 논쟁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과학에서는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을 찾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논문이 발표됐는데 그 결과가 이렇다더라 하면 사실 과학자들은 아무도 잘 안 믿습니다. 서로 의심하는 과정이 계속 이어지면서 점점 더 확실한 이론으로 정립해 나가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항상 의심하지만, 의심을 통해서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누적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과학의 특징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증거 기반의 합리적 검증 과정이며, 이것이야말로 과학이 신뢰를 얻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1920년 천문학 대논쟁: 우주관을 바꾼 역사적 논쟁
천문학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바로 1920년 천문학 대논쟁입니다. 이 논쟁은 그레이트 디베이트(Great Debate)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대단한 토론이었습니다. 천문학자 둘이 싸우러 온 것이나 다름없었던 이 논쟁의 배경은 20세기가 되면서 망원경이 좋아지다 보니 옛날에는 보지 못했던 천체를 하나하나 찾게 된 것에서 시작됩니다. 보통 일반적인 별들은 점으로 보이는데, 망원경으로 보니 점도 아니고 뿌옇게 소용돌이 치고 있는 이상한 구름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옛날에는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가스 구름들도 당연히 우리 은하 안에 속한 가까운 거리에 떨어진 가스 구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일부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가 아닐지 모른다고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은하계 바깥에 더 먼 거리에 떨어진 별개 은하계들이 작게 보이는 것일지 모른다는 가설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일 것이라고 주장했던 천문학자가 할로 섀플리(Harlow Shapley)였고, 정반대로 우리 은하 바깥에도 은하가 있을 것이라고 했던 천문학자가 히버 커티스(Heber Curtis)였습니다. 이 두 사람을 주축으로 해서 엄청나게 싸웠고, 너무 싸우니까 둘이 만나서 전 세계 천문학자들 앞에서 한번 프레젠테이션을 해보라고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두 사람이 와서 엄청나게 많은 관중들 앞에서 설명했지만, 안타깝게도 당시까지만 해도 먼 가스 구름까지의 거리를 재는 방법을 잘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두 사람 중에 누가 맞다 틀리다를 검증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유명한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멀리 떨어진 성운까지 거리를 재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고, 그것을 활용해서 둘 중에 누가 맞는지를 검증하게 됩니다. 허블은 당시에 쓰던 지상망원경으로 관측을 해서 검증했고, 나중에 돌아가시고 나서 그 위대한 업적을 기려 허블 우주망원경이라는 이름을 지어드렸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에드윈 허블은 너무나 유명한 천문학자인데 죽고 나서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허블은 딩크족이었고 자식이 없었으며 아내와 사이가 좋았던 걸로 유명합니다. 그는 천문학자스러운 유언을 남겼는데 "어차피 나는 죽으면 우주 먼지로 돌아가니까 어디에도 묻지 말고 아무데나 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아마도 그 유언대로 했을 것 같지만, 허블의 제자들과 동료들이 무덤이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고 해도 아내는 죽어도 안 알려줬습니다. 어떻게 했는지도 안 알려줬기 때문에 허블의 무덤은 있긴 한 건지 어디 묻혀 있는 건지 아무도 모릅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결국 지금 떠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우리가 그를 기릴 수 있는 유일한 우주 묘비이기도 합니다. 이 논쟁은 과학의 답은 토론이 아니라 결국 측정 기술이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입니다.
방사성 연대측정: 46억 년이 믿을 만한 이유
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나이가 46억 년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세게 잡은 거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집니다. 솔직히 500년이나 천년도 우리가 감이 별로 없는데 46억 년은 너무나 긴 시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실험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추정해서 그 모든 결과들이 합의된 것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습니다. 방사성 연대측정의 대표적인 예로 탄소 동위원소 측정법이 있습니다. 뉴스에서 맨날 나오는 "탄소 동위원소 측정법으로 이게 몇천 년 됐다"는 이야기의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탄소에는 동위원소가 있는데, 탄소-12와 탄소-14가 대기 중에 존재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대기로부터 탄소를 계속 받아들이기 때문에 현재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두 동위원소 사이의 비율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죽은 다음에는 대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체 안에 있는 두 동위원소의 비율이 변합니다. 탄소-14는 점점 줄고 탄소-12는 상대적으로 비율이 늘어나서 이 비율을 재면 죽은 지 몇 년 됐는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지구의 나이를 탄소 동위원소로 측정할 수는 없습니다. 탄소 동위원소 같은 경우는 우주선 때문에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서 탄소-12와 탄소-14의 비율이 일정하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나이를 측정할 때는 우라늄 같은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들을 사용합니다. 이것들은 초신성 폭발로 만들어진 우주 먼지에서 비롯된 것들이고, 사실 이 방사성 동위원소들의 붕괴가 지구를 움직이는 힘이기도 합니다. 초기에 특정 비율이었을 것인데 이만큼 붕괴했으니까 그 시차를 이용해서 계산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비율을 측정한다는 것입니다. 우라늄-납, 토륨, 칼륨-아르곤, 운석 연대 측정 등 완전히 다른 방법들이 전부 45~46억 년으로 모입니다. 이것이 과학에서 신뢰의 기준입니다. 서로 다른 원리, 서로 다른 실험,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같은 결론이 나온다는 것은 그 결과가 우연이 아니라 실제 자연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초기 지구 연구에서 켈빈 경이 원자의 붕괴를 생각하지 못하고 계산했던 것과 달리, 현대 과학은 훨씬 더 정교한 방법으로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확신이 아니라 의심에서 시작해 검증을 거쳐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입니다. 1920년 천문학 대논쟁은 우주관 자체를 바꾼 역사적 사건이었고, 방사성 연대측정은 여러 독립적 방법이 같은 결론을 내놓을 때 과학적 신뢰가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무연 휘발유를 위해 수십 년간 투쟁한 과학자 덕분에 전 세계 인류의 건강이 보호되었다는 사실은 과학이 실제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과학의 진짜 모습은 완벽한 답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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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5fWRQIFlRuY